작성일 : 08-11-23 12:3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47
|
유령은 왜 나타날까
영상·소리 등으로 경험 학자들은 "정신적 환각"
죽은 사람의 혼령을 목격했다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1980년대에 미국 시카고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42%가 영상(78%), 소리(50%), 촉감(21%), 대화(18%) 등으로 유령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죽은 사람이 살았던 집이나 불행을 당한 곳에서 유령이 자주 출몰한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은 '헌팅(haunting)'이라 불린다. 헌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귀신이 나왔다는 집이나 으슥한 공동묘지를 찾아다니며 물증을 확보하려고 한다. 귀신 사냥꾼으로 소문난 영국의 해리 프라이스(1881~1948)는 30여 년간 도깨비집을 연구했는데, 녹음기, 사진기, 온도계, 지문채취장치, 망원경 따위의 장비를 갖추고 유령의 출몰 현장을 포착하려고 했다. 물론 성과는 없었다.
유령의 존재를 믿건 믿지 않건 대부분의 학자들은 유령을 정신적 환각이라고 설명한다. 환각은 대응하는 자극이 외부에 없음에도 사막의 신기루처럼 그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지각하는 심리적 상태이다. 이러한 환각이 뇌 안에서 발생하는 이유를 놓고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었다. 가령 캐나다 로렌션대 신경과학자 마이클 퍼싱어는 전자기장(EMF) 또는 초저주파 불가청음(infrasound)이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령을 감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전자기장은 송전선, 시계(타이머)가 있는 라디오 또는 전기 시계에 의해 방출된다. 퍼싱어는 1996년 성령이 밤에 자신을 찾아왔다고 주장하는 17살 소녀를 연구했다. 그 소녀는 태어날 때 뇌에 가벼운 손상을 입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퍼싱어는 그 소녀가 잠들 때 그녀의 머리를 눕히는 곳으로부터 25㎝가량 떨어진 자리에 전기 시계가 놓여 있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 그 시계에서 사람이나 쥐의 뇌 안에서 간질 발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파수와 비슷한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01년 '지각 및 운동 기능(Perceptual and Motor Skill)'에 발표한 논문에서 퍼싱어는 그 시계에서 나온 전자기장이 소녀가 어릴 적에 입은 뇌 손상과 함께 빌미가 되어 밤에 성령이 찾아왔다고 착각하게 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퍼싱어의 전자기장 이론은 영국 런던칼리지대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프렌치에 의해 타당성이 희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4년 프렌치는 런던의 아파트 안에 전자기장과 초저주파 불가청음을 방출하는 장비를 설치했다.
이를테면 유령이 출몰하는 도깨비집을 꾸민 셈이다. 79명을 초대하여 서늘하고 어둑한 공간에 한참 동안 머물게 했다. 연구진은 방의 벽 뒤에 숨겨둔 장치에서 전자기장과 함께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의 소리를 발생시켰다. 실험 참가자 대부분은 약간 기묘한 느낌을 가졌다고 말했지만 전자기장 이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로는 불충분했다.
프렌치는 영국에서 유령이 나타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옥을 여러 채 찾아다녔지만 퍼싱어의 전자기장 이론을 입증하지 못했다. 2008년 프렌치는 '피질(Cortex)' 11월호에 전자기장 이론은 근거가 없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헌팅 연구는 부질없어 보인다. 하지만 환각의 수수께끼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시간 낭비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