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1-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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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전 입관은 살인행위
죽음 수차례 확인과정 거쳐
▲ 정종수 국립춘천박물관장
우리의 전통상례에서는 숨이 끊어졌다고 바로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몇 번의 확인과정을 거친다.
그 첫 번째 죽음의 확인의식이 초혼(招魂)이다. 죽음이란 혼이 육신에서 나가 생기는 것으로 여겨 숨이 끊어지면 바로 혼을 부르는 의식을 행한다. 망자의 옷을 가지고 지붕에 올라가 북쪽을 향해 망자의 주소와 이름을 부르고 복!복!복!하고 부른다. 이를 초혼 또는 고복이라 한다.
이는 몸에서 빠져나간 혼을 불러들여 다시 소생하도록 염원하는 행위이다. 즉 신에게 다시 살아나기를 비는 것이다. 그래서 혼을 부를 때는 곡도 멈춘다. 왜냐하면 혼이 하늘로 올라가다가 형체를 사모하여 다시 돌아오려고 하지만 울부짖으면 두려워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죽음의 확인이 입관시간이다. 입관도 정해진 때가 있다. 요즈음도 아무리 급하다 해도 법적으로 하루가 지나야만 시신을 묶어 관속에 넣을 수 있다.
죽었다고 바로 관 속에 넣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지금은 대부분 장례를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 치른다. 하지만 종종 집이나 아파트에서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
"부부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는데,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떴다. 집에서 장례를 치르게 되어 장사날 아파트 곤돌라를 이용해 시신을 내리려고 하였다.
이를 안 부녀회에서 곤돌라로 관을 내릴 수 없다고 해 부득이 비상계단을 통해 관을 운반하게 되었다. 계단을 내려오다 그만 모서리에 관을 부딪치게 되었는데, 그 충격으로 그만 부인이 살아났다. 얼마동안 함께 살다 또 부인이 먼저 죽었다. 이번에는 남편이 관을 운구하는 사람들에게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했다."
물론 이는 하나의 우스갯 소리지만,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요즈음은 죽으면 다음날 시신을 묶어 관에 넣는다. 물론 장례기간이 삼일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유계 "소생 기원 최소 3일 기다려야" / 염 할때 시신 깨어나 풀 수 있게 매듭 안해
■ 죽은 지 열흘 만에 살아난 이야기
옛날에는 죽은 지 3일째 되는 날 입관을 했다. 공자는 3일 이전에 시신을 묶어 관속에 넣는 것은 살인행위와 같다 했다. 그것은 왜 그럴까. 다시 깨어 살아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기' 문상편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죽은 지 사흘이 지난 뒤에 염을 하는 까닭은 어째서 입니까.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효자의 심정은 슬프고 애통하여서 기어 다니면서 곡을 하며 혹시라도 살아날 것만 같아 어찌 시신을 빼앗아 염을 할 수 있겠는가.
3일이 지나 염을 하는 것은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3일이 되어도 살아나지 않으면 역시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며 효자의 마음 역시 더욱더 쇠잔해졌으므로 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야 이르러서야 집안 사정에 맞는 장례비용과 상복·각종 상장제구 등을 갖출 수 있으며, 또한 멀리 있는 친척도 오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성인이 이를 위해 결단하여 3일로써 염하는 제도를 삼은 것이다."
이는 삼일 입관에 대해 제자가 묻자 스승인 공자가 답한 것이다. 죽은 지 3일 만에 시신을 관에 넣는 것은 첫째 소생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혹 돌아가신 부모가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니 적어도 삼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유계(1607∼1664)도 '가례원류(家禮源流)'에서 "조간자라는 사람은 죽은 지 열흘이나 되어 구더기가 혀와 귀에 생겼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났으므로 3일 전에 입관하는 것은 살인의 기가 있는 것이다"라며 삼일 이전 입관은 살인행위와 마찬가지라 했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상례에서도 입관하기 전까지는 시신을 묶지 않고, 얼굴을 싸지 않는다. 혹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의를 입히고 염을 할 때 단단하게 묶을지언정 매듭은 짓지 않는다. 혹시라도 시신이 깨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깨어나면 스스로 풀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매듭을 지지 않고 시신을 단단하게 묶는 것은 땅속에서 뼈가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뼈가 흩어지면 지기를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어떤가. 숨이 끊어지기가 무섭게 밀폐된 냉동실에 넣어 얼려버린다. 다시 깨어난다 해도 살 수가 없다. 병원에서는 초혼의식 같은 것은 아예 없다.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혹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두렵기라도 하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면 된다.
<정종수 국립춘천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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